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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부산일보] 2007.10.24. 건축,도시를 만든다 -W 서울 워커힐호텔

작성일
2007-10-24
작성자
최고관리자

현대는 멀티의 세계이다. 전화기에 카메라, MP3, 게임기 등과 결합되며 통신수단이 멀티미디어적 놀이기구로 진화하는 것처럼.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현대인의 욕구는 건축도 변화시키고 있다.

건축은 마치 진화된 휴대폰처럼 기능성 위주의 단순함에서 벗어나 다양한 감각적 공간들이 결합되며, 딱딱하기 그지없는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있다.

'W 서울워커힐호텔'(서울 광진구 광장동 소재)은 이러한 멀티적 변화의 흐름을 잘 보여준다.

우선 한강변에 위치한 건물의 외관부터가 특이하다. 외벽 유리창엔 '반짝이'가 붙어 있고, 'W'란 빨간 로고만 선명하다. 입구의 불규칙한 처마, 기둥 등은 일반적인 호텔의 외관에서 볼 수 있는 단정함,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다.

내부의 파격은 더욱 그렇다. 리빙룸(거실)이라고 명명된 로비 공간을 보자. 드라마틱한 공간과 색감은 보는 이를 자극한다. 계단식으로 구성된 스탠드 공간과 그 속에 불규칙하게 놓인 누에고치 모양의 의자들, 우주선 모양의 DJ 박스 등은 톡톡 튀며 생뚱맞기까지 하다.

한낮 통유리 가능한 햇살과 더불어 편안한 라운지 공간이 밤에는 현란한 랩뮤직과 조명으로 가득한 바로 변신한다. 하나의 공간에 데스크, 바 등 다양한 기능이 수용된 것이다.

사람들은 이 스탠드 위에서 때로는 누워서 때로는 앉아서 마치 내 집 안방과도 같은 편안함과 여가를 즐긴다.

이 공간 위에 포개진 예술은 더욱 이곳을 감성적으로 만든다.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설치작품인 대니얼 로진의 '나무 거울', 엘리베이터 안과 밖의 '스크린거울'등의 작품들. 이뿐만 아니라 물이 흐르는 미디어 벽면은 화장실 한구석을 차지하는 변기이기도 하다. 마치 예술작품 위에 용변을 보는 난처함은 유머와 위트마저 준다.

구석구석의 예술작품 등은 이처럼 사람의 오감과 건축이 만나게 하는 매개 역할을 한다. 예술 공간으로 혹은 놀이 공간으로 변하며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그래서인지 W호텔에선 '묵는다(stay)'고 하지 않고 '경험한다(experience)'라고 표현한다. 물론 이 공간들이 마냥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가볍기까지 한 이곳은 마치 한순간의 흘러가는 트렌드처럼 깊이가 없고, 낯선 공간들은 일상적인 공간과는 동떨어진 불편함을 강요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호텔의 공간들이 우리에게 말하는 건축적 메시지는 귀담아 들을 만하다. 기능성에만 묶여, 사용의 주체인 사람들이 오히려 건축에 함몰되어 버린 지금 건축에 가장 필요한 것은 감성의 회복임을.  -김명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