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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부산일보] 2006.07.31. 부일시론 -자연으로 부산을 디자인하자

작성일
2006-07-31
작성자
최고관리자

요즘 새삼 자연의 힘을 느낀다. 지난봄 이사한 사무실의 길 건너,철도변 시설녹지공간에 심어진 몇 그루의 나무들로 인한 상쾌함이다. 특히 요즘처럼 장마 후의 폭염 속에서는 더더욱 녹색공간이 주는 쾌적함은 소중하다. 쾌적함의 원인을 생각해보니,무엇보다도 건축물들과 광고들로 뒤덮인 가로 입면의 난잡함 대신 초록의 색상으로 대체된 시각적 해방감이 우선 크다. 굳이 공원이라고 명명할 만큼의 크기도 수준도 아니지만,단지 너비 6m 정도의 좁은 시설녹지와 나무 몇 그루가 신기할 정도로 거리의 환경을 바꾸고 또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현대 도시에서 녹지공간은 휴게 공간,공해 혹은 재해 방지,심미적 기능 등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가치를 가진다. 특히 최근 들어 '어메니티(Amenityㆍ쾌적성)'에 대한 가치는 곧 도시의 질과 경쟁력을 규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도시 환경 속의 건축물,도로,교량,등 수많은 인공구조물을 보다 친환경적으로 매개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바로 녹지공간이다.

녹지공간의 중요성이야 누구나 공감하지만,실제 생활환경 속에서 쉽게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녹지공간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부산의 현실이다. 부산처럼 산을 접하기가 쉬운 도시도 없는 만큼 산술적인 녹지율로는 타도시에 버금가지만,실제 일상적인 접근성이 보장된 체험녹지 혹은 도심공원 조성 비율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산림면적도 각종 개발사업으로 지난 10년 새 오히려 약 250만평 이상 감소했단다. 시민공원으로 조성하려는 하얄리아 부지의 15배 정도이며 울산대공원을 2.5개,에버랜드를 6개나 만들 수 있는 거대한 면적이다.

사실 부산은 도시 자체가 급조된 난개발형 도시에다 산지가 대부분인 자연형태를 가지고 있기에 선진도시형의 공원을 가지기가 쉽지 않다. 뉴욕의 센트럴파크,도쿄의 우에노공원,밴쿠버의 스탠리파크 등 점심시간에 도시락 들고 찾아갈 수 있는 도심형 평면공원은 부산에서는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 게다가 서울만 보더라도 4대문 안 궁궐,종묘 등 역사적인 거점 공간이 현재에 이르러서도 도시의 오픈스페이스 기능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 이들 장소를 연결하면 자연이 함께하는 녹지보행도(Greenway)가 되고,또 이들 각 장소와 연계된 청계천조차도 서울의 500년 역사 속에서 이미 친수공간의 기능을 하던 곳이 아닌가.

이에 비해 거의 무에서 유를 만들어야 하는 부산의 도시 환경은 안타까울 따름이다. 산이 많아 기존의 도심은 포화상태이고,기존 도심에서 새로운 녹지공간의 확보는 예산 등으로 한계가 있으니. 돈도 공간도 모든 것이 어려운 형편이다. 그렇기에 부산의 녹지 공간 확보는 시민 100만평 공원,북항 등 도심 재개발 예정지의 공원화 등 거시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더불어 생활공간 속에서 일상적인 녹지공간의 확보,혹은 기존의 시설물에 녹지공간을 접목할 수 있는 미시적인 계획 역시 시급하고 중요한 부분이다.

잿빛 콘크리트로 뒤덮인 고밀도의 도심 속에서 조그마한 지혜로써 녹지공간을 확보하는 기법을 개발해 보자. 홍콩의 육교는 대개가 담쟁이 등으로 구조물을 감싸고 있어,투박한 철제 혹은 콘크리트 덩어리는 보이지 않는다. 상하이의 도시고가도로 등을 보면 안전난간대에 각종 식물들이 결합되어 도심 내에 녹지선(Greenline)을 형성하여 운전자 혹은 보행자들에게 시각적인 쾌적함을 준다. 오사카의 경우 중앙분리대와 지하철 입구 등에 수공간과 녹지공간을 연계한 조그만 쌈지공원을 형성하여,도시의 기능뿐만 아니라 미관까지 고려하여 매력적인 장소로 바꾸기도 한다. 대개가 조그만 노력들이다.

부산의 경우도 생각해 보자. 온천천변을 가로지르는 지하철 구조물의 교각을 담쟁이덩굴로 감싸 보자. 동서고가도로도 마찬가지이다. 도시의 주요 교통축이 녹지축으로 변화되는 효과가 생기지 않을까. 학교,관공서 등의 담장은 걷어내고 쌈지공원으로 변화시켜보자. 건물들의 벽과 지붕에도 나무를 심어보자. 그 어느 도시보다 옥상이 잘 드러나는 곳이 부산이기에 도시의 녹지공간은 보다 입체적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도시의 질서에는 수천 명의 경찰보다 잘된 디자인 하나가 더 효과적이라는 말이 있다. 이제는 자연으로 도시를 디자인할 때이다. 자연이라는 요소로 우리 부산을 다시금 디자인하고,리모델링할 때,비로소 이 도시에 생명과 품격이 자라날 것이다. 자연만큼 그 원인과 처방이 분명하고,투자한 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기 때문이다.   -김명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