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UM

제목 : [부산일보] 2004.01.02. 대안공간 반디 전시회-성장에 쫓긴 삶 터, 그 잃어버린 꿈 찾아

작성일
2004-01-02
작성자
최고관리자

d800bbb1a835cab1453b29671aeab29b_1537265 

 

도시는 삶을 담는 그릇이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의 표현이기도 하다. 지난해 서울 청계천 복원은 단순한 토목공학적 사건이 아니었다. 도시와 환경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일깨우는 사회문화적 사건이었다. 그동안 눈여겨 보지 않았던 도시의 남루한 일상이 역사와 미래를 연결하는 소중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전기로 거듭난 이 사건을 통해 도시와 공간은 이제 예술의 주요 테마로 떠올랐다.

대안공간 반디(051-756-3313)에서 30일까지 마련하는 '도시의 기억과 상상'전에는 지역 작가들은 물론 지역 건축가들이 도시 건축을 어떻게 해석하고 바라보고,부산이라는 공간을 어떻게 재해석하고 있는지,그러니까 도시에 대한 일종의 문화론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부산대 지하철역 하천변 리모델링 작업을 제안한 김명건 건축사는 도시화와 산업화로 빼앗긴 천변의 자연풍경을 되찾자고 한다.

그는 '천변의 호안은 죄다 콘크리트로 뒤덮이고 여유공간은 빈틈없이 주차장으로 복개되고 말았다. 이 죽은 온천천에 생명을 다시 불러들이는 일이 시급하다'는 전제 아래 '콘크리트와 복개로 숨이 막힌 온천천변의 녹지공간을 확대하고 다양한 건축적 장치들을 새겨넣자'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온천천 변에 야외전시장 야외공연장 오픈시네마 등 문화공간을 만들 위치를 새겨넣은 미니어처 작품이 나왔다.

쌈지 수변공원을 스케치한 노진석 건축사는 새로운 수변공간으로 활용 가능한 부산지역 및 인근의 쌈지 수변공원으로 송도 송정 민락동 미포 일광 등 5곳을 뽑아 그 환부에 내밀한 촉수를 내밀었다.

우선 송도의 경우 거북섬의 둘레를 나무로 된 우드데크로 처리하고 해변가에 목재보도 등을 만들어 자연 친화성을 강조했다. 일광에는 돛과 뗏목 모양의 우드데크를 수면 위에 설치하고 해수욕장 진입부에 소광장을 만들어 친근감을 유도하고 있다. '바다 위에 띄우건 보행도로를 만들건 나무로 된 자연재료가 접근성과 친근감을 준다'는 환경친화적 발상을 눈여겨 볼만 하다.

이번 전시에는 '도시 부산은 개발보다는 이제 다듬어야 할 때'라는 근본적인 시각이 공통적으로 깔려 있다. 건축사들 외에 모두 평면 설치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장르에서 요컨대 '도시 부산에 대한 심리적 지도 그리기'에 참여한 38명의 작가들은 '도시'라는 주제를 공유하면서 성장 신화가 남긴 도시의 상처,도시인의 잃어버린 꿈을 그리고 있다.

도시 건물이 빼곡한 사진들을 수백장 붙여 아우성치며 살고 있는 현실을 비꼬는 사진작품,고가도로나 인도 지하철 등 도시의 인프라들을 실험적 방식으로 보여주면서 '아직도 우리 사회가 도시를 삶의 터전인 문화공간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경제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생존경쟁의 장소로만 인식하는 현실'을 소리없이 질타하는 영상물 작품도 눈길을 끈다.

산복도로 혹은 판자집 모형 등 달동네를 그대로 옮겨놓은 미니어처 작품과 실물 같은 좁고 어두운 골목길 양쪽에 향수 어린 도시풍경 흑백사진을 파노라마로 펼쳐 시대와 공간의 속살을 더듬어보는 설치작품 등도 바람직한 도시에 대한 갈망을 드러낸다.

김건수기자 kswoo333@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