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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003.06.27. 부산의 건축물 6-ZIP

작성일
2003-06-27
작성자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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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건(다·움 건축사사무소장) 건축사는 지난 1999년 부산 서구 동대신동 3가의 한 건축물 설계를 요청받고는 난감했다. 동아대 병원으로 가는 도로 입구 인근 주택가에 위치한 그곳에는 이미 짓다만 건물 콘크리트가 폐허처럼 을씨년스럽게 방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건축주는 새로 만들 건축물에 대한 구체적인 프로그램도 갖고 있지 않았다.

'두 가지를 고민했어요. 건축물의 '세워짐'과 '사라짐'은 무슨 의미를 지닐까,그리고 임대용 생활근린시설에 어떤 성격을 부과할 것인가?'

우선 일상적으로 만들어지고 허물어지는 그런 '공간'의 의미를 일깨우는 작업이 필요했다. 그래서 미술을 빌려와 폐공간에서 설치작품전과 퍼포먼스를 한바탕 벌였다.

사람들도 흥미를 가졌다. 폐허는 마침내 건축과 미술이 만나는 축제의 새로운 장으로 변했다.

이런 푸닥거리 뒤 새워진 새로운 건축물이 ZIP(우리말 '집'을 영문으로 옮긴 것,대지 140평,건평 80평,지상 3층)이다. 생활근린시설인 만큼 공간의 융통성이 적어 계단을 활용했다. 계단을 가운데 두고 전체 공간을 두 부분으로 나눴다. 건물면적이 주위와 비교해 제법 큰 탓이었다.

김명건 건축사는 ''사이(間)'라는 나름대로의 개념를 투사했다'고 했다. 가운데 벽과 계단은 안과 밖이 모호한 틈새라는 것. 그러면서 이것과 저것이 충돌하고 조화되는 매개물로 기능한다. 유리벽면과 노출 콘크리트가 대비되고 열린 벽과 닫힌 벽이 마주본다. 이질적인 것들이 밀고 당기는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는 정면이 아니라 측면에서 대면할 수 있다. 정면이 아니라 옆 길 안쪽으로 들어서야 감춰진 세계가 보인다는 뜻이다. 한눈에 드러나지 않는 은근한 숨김의 미학이다.

우신구 인제대 교수는 '폐쇄적인 소우주를 지향하기보다는 계단과 창문 등 내부공간의 하나하나를 도시와 관계시켜 종국에는 도시의 일부임을 보여주는 긍정성이 있다'고 한 잡지에 건축평을 썼다. 김건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