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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003.01.25. 미술이 병원으로 간 까닭은

작성일
2003-01-25
작성자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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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7층,7개의 병실에는 7개의 질병이 '입원'한다. 전시 부제도 '세븐 디지스(Seven Disease,7개의 질병)'. 강서프라임병원 개원 기념으로 열리는 '치유와 은유' 전(25~31일)은 독특하게 병원에서 열리는 전시회다.

미술이 병원으로 간 까닭은? 세상과 사람들의 질병을 드러내고 치유하기 위해서다. 영상 설치 회화에 걸친 부산의 20대~40대 작가 7명(1개 그룹 포함)이 '병원과 미술의 이색적 만남'에 참여했다.

김성철은 707호실에서 '몽유병'을 얘기한다. 몽유병 환자 모양의 1천여개 작은 종이인간들이 벽에 비친 군상의 그림자는 인간 속에 들어있는 검은 그림자같다.

706호실에 설치된 박재현의 작품은 슬프다. 4개의 침상에 흐르는 빨간 전광판 이름은 각종 참사 때 죽은 아이들 이름. 그런데 벽면엔 희한한 가면을 쓴 살아있는 아이들 모습이 X-선 박스에 걸려 있다. 온당하지 못했던 죽음,삶의 희한한 다중적 가면들,삶과 죽음의 견딜 수 없는 분리를 통해 그는 삶의 '분열증'을 드러낸다.

김성연은 부산 용호동의 모습을 담은 쓸쓸한 영상으로 '사회적 편견'에 착목한다. 또 자본의 개발논리에 의해 폐허처럼 공동화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진성훈의 주제는 '자폐증'. 바닥과 벽면에 수천 개의 사람 모양을 붙여 자기 속에 갇힌 언어를 보여준다. 김지현은 '비만',그룹 PLAY는 '성형'을 주제로 넘쳐나는 살덩어리를 보여주고,관객이 스티커 눈 코 입을 붙이면서 인스턴트같이 전락하고 있는 인간을 느껴보라고 권한다.

그리고 심점환은 엄습하는 '불안'을 드러낸다. 그림 속 애벌레들은 불안의 징후처럼 화면 바깥으로 기어나와 마침내 바닥과 벽면,그리고 머리없는 사람이 링거를 맞고 있는 옆면 벽쪽의 그림에까지 징그럽게 기어다니고 있다. 하지만 설치된 500개의 꽃들,벽면과 침상 위에 비스듬히 드리워진 기형도의 시는 질병을 넘어설 희망의 메시지 같다. '나는 주어를 잃고 헤매이는 가지 잘린 늙은 나무… 잔인하게 죽어간 붉은 세월이 곱게 접혀 있는 단단한 몸통 위에 사람아 사람아 단풍든다 아아 노랗게 단풍든다.'

이 병원건물은 각 20평 규모의 갤러리와 원형 문화공간을 갖추고 있다. 이번 전시는 최봉식 원장의 지원으로 건축가(김명건) 기획자(이영준) 작가들이 일상의 공간에서 행복하게 만나 꾸며낸 전시로 특기될 만하다. 051-206-3700. 최학림기자 theos@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