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인근 주거지역 안에 2001년 지어진 원룸 형태의 다세대 주택이다. 지하 1층 지상 4층에 건축면적이 38평 정도니까 별로 크지 않고 아담한 편이다. 그런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집이 저렇게 쓰러져도 되나?' 멀리서 보면 건물 본체에 건물 외벽 하나가 비스듬히 기대어 있는 형태 탓이다.

이 건물은 두 가지 측면에서 좀 특별하다. 우선 건축행위에서 과정을 중요시했다는 점이다. 건축주의 전향적인 자세에 힘입어 공모를 통해 당선된 설계 아이디어가 건축의 바탕이 됐다. 공모전 실무를 맡았던 건축사사무소 다움의 김명건 소장은 '3개월간 진행된 이런 과정을 통해 건축이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상품이 아니라는 것,여러 요소들이 녹아들고 공유한 끝에 빚어지는 고민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알릴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두번째는 학생들의 신선한 상상력을 수용하는 유의미한 장이었다는 점. 기성 건축계로 향하는 젊은 아이디어들이 철저히 차단돼 있는 현실에서 자유로운 발상들을 분만시킬 수 있는 이런 공적인 자리는 더없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비스듬한 외벽은 젊은 건축학도들이 아니면 좀처럼 나올 수 없는 발상이다. 그것도 기능·효용성을 중시하는 주택건물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설계의 주인공은 당시 대학생이었던 손성훈씨(28)다. 일조권으로 인한 사선제한을 고려한 것도 있지만 벽이 꼭 수직으로 서야한다는 고정관념을 그는 훌쩍 넘어섰다.

기울어진 벽에 따라 안으로 조금씩 밀려들어 가는 개방된 계단도 친근감을 준다. 한마디로 '비정형'의 아름다움이 있다. 그속에서 아기자기한 맛이 생긴다. 비틀어진 비정형의 공간 속의 조그만 틈들을 활용한 쌈지 공원 등이 바로 그렇다. 알루미늄판과 목재판의 마감 대비나 천정과 벽 사이로 떨어지는 빛의 유도 등도 열정과 고민의 흔적들. 물론 비현실적인 요소들은 실시설계 과정에서 조금씩 수정됐다.

김건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