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건축사신문] 2013.07.17. 지식산업센터, 기능성·사업성 두 마리 토끼잡다
- 작성일
- 2013-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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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관리자
아파트형 공장, '큐비e센텀'
발주자와의 협업으로 사업기간 단축
유사사례검토 통해 사업성공 이끌어
설계 김명건 건축사 : 백화점, 영화의 전당, 방송국, 컨벤션센터, 호텔 등 각양각색의 상업, 공공, 문화시설 등 그 용도만큼이나 다양하게 표현된 형태들, 그 규모와 화려함은 마치 육식(肉食)형 건축 생태계의 단면과도 같다. 센텀시티의 이런 건축적 풍경은 건축사라면 누구나 은근히 이곳에 건축물을 남기고 싶어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큐비e센텀이 들어선 지역은 센텀산업단지로 지정된 곳으로 건축법상 아파트형공장, 즉 지식산업센터로 불리는 건축물의 집합체이다. 지식산업센터는 부산의 경우 기존에 사상일대에 일부 지어지기도 했는데, 소프트웨어 또는 지식형 업무시설의 기능으로 특화되어 들어서기 시작한 곳은 센텀시티가 처음이다. 서울‧수도권 지역의 경우, 독산동, 과천 디지털밸리, 용인 등에 유사단지가 위치하고 있다. 지역별 법적규정이 서로 조금씩 다르기도 한데, 센텀시티의 경우 면적 대비, 80%의 지식형 업무시설과 20%의 지원시설 즉 근린생활시설로 구성된 건축물들이 모인 블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업무시설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분양건물이기 때문에 사업성을 고려해야했다. 초기에 부산시에서 토지를 조성할 때 토지조성원가가 굉장히 저렴했다. 평당 분양가 또한 대개 450~500만 원 정도로 사실상 개발이익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그래서 사업의 성공 여부는 저층에 있는 상가에 좌우된다고 볼 수도 있겠다. 지하 1개층과 지상 3개층 총 4개층을 상가로 계획했는데, 그에 해당하는 상가의 분양가는 높은 편이다. 그렇기에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배치하여 가치를 올릴 것인가 하는 것이 설계 시에 중요한 부분이었다.
배치 및 입면 개념
저층에 형성된 상가는 연도형 가로 입면을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 이 단위건축물의 연속된 입면은 자연스럽게 센텀시티의 저층가로의 풍경을 만들어주고, 그 위의 매스를 점하는 고층의 업무공간들은 센텀시티의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게 된다.
기능적으로 원활하게 작동해야 하는 건물의 성격상 건축개념은 규모에 비해, 무척 단순하다. 일하기 쉽고, 쉬기 쉽고, 놀기 쉬운 공간의 조합이 우선시 되고, 오히려 건축 개념의 실마리는 비어 있는 공간, 즉 외부에서는 조경공간, 내부에서는 저층의 오픈스페이스, 지하의 썬큰공간 등에서 찾았고, 그 곳에 공간의 재미를 부여하였다.
모든 것들이 빡빡한 센텀시티의 공간에 오히려 비워내는 공간개념으로 대응하였다. 시원스럽게 조성된 조경공간들에 식재, 시설물들로 가득 채우기보다는 녹색 그 자체의 개념하나로 설계하였다.
주변의 다양하고 다소 복잡한 스카이라인과 입면에 비해 오히려 큐비e센텀의 외관은 단순명쾌함을 통해 단정함을 표현하였다. 특히 상층부는 각 입주사들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커튼월을 사용했다. 업무시설의 용도에 커튼월이 최적화되어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공사비대비 효율성의 측면 등에서는 경쟁력을 갖는 마감재라는 판단이었다. 자칫 거대해 보일 수 있는 입면은 수직 루버와 유리색의 변화 등을 통해 세장하게 보일 수 있도록 하였다. 전체적으로 기능에 충실하고, 특히 저층부는 동선의 유입 등을 다양화하는 부분들이 주요 개념이라고 보면 되겠다.
▲ 좌측면도
평면계획의 주안점
평면의 경우, (기준층을 보면) 중앙에 코어를 설치하고 코어의 양쪽으로 6실씩 총 12개의 실을 배치하였다. 하나의 실은 전용률이 약60%정도(30평 규모)되는데, 전체적으로 실 당 50평 정도의 분양면적을 가지도록 되어있으며, 균질한 공간감을 갖도록 했다.
저층부는 ‘ㄱ’자 형태로 구성되어있다. 상가의 분양성과 가치를 제고하여 연도형 상가가 되도록 배치계획을 하였으며, 모든 상가가 외부공간과 접해있어 데크 등의 활용이 가능하다. 또한 에스컬레이터와 오픈 계단 등을 활용해 전체적으로 일종의 몰의 형태가 형성될 수 있도록 했다.
전면광장 측면에 설계된 지상3층 독립상가는 메인건축물과는 다른 질감의 건축물로서 상업적 가치도 높이고, 배치계획에서 공간적, 시각적 재미를 주는 악센트(accent)가 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상가에 대한 전략 등이 전반적인 분양과 사업성공을 이끈 동력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지하3층, 지하24층, 18,000평의 규모에 비해 설계로부터 완공까지는 불과 27개월의 짧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시행, 시공을 겸한 발주자와 건축사의 원활한 의사소통, 동일한 목표의 공유 등은 사업기간의 단축, 분양성공뿐만 아니라, 초기 건축개념이 준공까지 이어질 수 있는 든든한 힘이 되었다.
▲지상 1층 평면도
▲기준층 평면도
이상일 편집주간 : 현 대지의 경우, 좋은 여건의 지반은 아닌 듯하다. 이를 해결하는 부분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어떻게 해결했나?
김명건 : 총 공사기간은 24개월, 예상과 같이 지반공사가 가장 난공사였다. (수영강의 영향으로) 물도 많이 있고, 옆 건물에 대한 변이도 문제가 되었다.
지하에 대한 여러 가지 공법제안이 있었는데 대부분이 많은 공사비가 요구되는 공법들로 특히 슬러리 월(Slurry Wall), 탑다운(top-down) 등의 공법제안은 초기사업비용에 큰 영향을 주었다.
우리가 택한 방식은 패스트 트랙(fast track)으로, 2구간 공사를 진행했다. 지하 공간에 고층부가 올라가는 스팬(span)의 반을 먼저 파내고, 자중이 많은 코어 부분에 파일(30m 높이)을 박은 후, 고층부 3개층 정도의 높이까지 공사가 진행되었을 때, 남은 부분의 공사를 시작해 이어나가는 방식이었으며, 지반 안정화 방법에 대해서는 시공사와 함께 지속적으로 조율해가면서 공사를 진행해나갔다.
조형장 건축사 : 외벽의 옹벽에 슬러리 월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나?
김명건 : 슬러리 월을 사용하지 않고 CIP(Cast in Place Pile) 공법과 일부 그라우팅을 진행했다. 일대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공법이다 보니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다행히 잘 해결되어 공사비 절감의 효과는 물론 공사기간을 4개월 정도 단축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 횡단면도
강기표 건축사 : 아파트형 공장을 처음 접한 곳은 구로공단이었는데, 수평적인 디자인과 철골의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다. 큐비e센텀 또한 수직‧수평선을 사용한 파사드가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일대의 유사시설과 비교하였을 때, 평면이 굉장히 명료하다. 주변상가들은 특히 방향성이 결여되어 굉장히 혼란스러운데 반해, 1층 로비를 틔우는 등의 계획은 입주민은 물론 방문자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줄 것이라 생각된다.
지상층의 별동의 경우, 재료의 사용 등이 차별화되어있는데, 입주자의 의도가 반영된 것인지, 또 야간경관에 대한 계획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또한 아파트형 공장에서 양개문을 쉽게 볼 수 있는데, 그것이 법적으로 필수적인 사항인지?
김명건 : 입면은 모두에 이야기한바와 같이 저층부와 고층부로 나누어 가급적 단순화하고자 했으며 특히 저층부의 경우 계획 시 간판 설치 등을 고려, 향후 적절한 사이즈로 배치될 수 있도록 했다. 별동은 초기에 목재패널로 설계가 되어 있었다. 가장 먼저 분양이 되면서 입주자가 외벽재료를 바꾸길 원했고, 다른 재료로 대체되었지만, 전후 모두 차별화에 그 목적이 있었다. 기준층은 법적으로는 각실 단위로 방화구역이 되도록 되어있어 방화문으로 계획했고, 양개문의 경우 - 실제 대부분의 입주사는 소프트웨어 계통이지만 - 일부 장비 등의 입출과 설치의 용이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계획이었다. 일부 아파트형 공장은 화물용 리프트를 별도로 설치하는데 반해 큐비e센텀은 화물용과 피난용을 겸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 계획을 하였다. 야간경관 계획은 별도로 하지 않았다. 빛 공해와 시각적 혼란 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고, 최상층부에만 조명 계획이 되어있다.
손숙희 건축사 : 상가부분의 분양성이 사업성과 직결되는 시설유형이고, 그렇다보니 분양에 있어 전용률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계획을 살펴보니 내부공간계획의 편의․효율성 등에 반해 도 전용률이 비교적 낮은 것 같은데?
김명건 : 큐비e센텀은 센텀 일대의 아파트형 공장으로서는 거의 마지막 단계에 계획이 되었고, 그만큼 설계단계에서 주변 건물을 통한 사전검토가 가능했다. 실제로 일대에 전용률이 높게 계획된 건물의 경우, 타워형 주차시설이 계획되어 있다 보니 출근시간대에 30분이상 정체가 이루어지는 등의 문제가 지속되고 있으며, 그러한 측면에서 전용률 보다는 편의성 등을 가치 있게 보았다. 보통 상업지역에서 70%의 전용률이 확보되는 것에 비하면 46% 정도인 현 건물의 전용률은 낮은 편일 수 있다. 그러나 2층 일부를 제외하고는 저층부에 위치한 상가전체가 외부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되어있고, 지하 또한 선큰(sunken)의 활용이 가능하여 줄어든 전용면적을 대체․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한겨울에도 외부 데크를 이용하는 등 상업시설에서의 야외활동에 대한 가치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설계단계에서부터 이러한 외부 공간의 연계에 대한 고민이 이루어진다면 그 공간의 가치 또한 충분히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지하 1층 평면도
조형장 : 기존에 진행해오던 작업들과는 색다른 느낌이다. 아마도 고층의 오피스 건물이다 보니 기능위주의 디자인이 중점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현재 상층부에는 전체 커튼월이 사용되었는데, 디자인 과정 중에 다른 재료사용에 대한 고민은 없었는지, 또 건물의 향에 대한 고민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궁금하다.
김명건 : 입면의 경우 커튼월과 다른 재료의 조합에 대한 고민이 이루어졌는데, 큰 규모의 건물인 만큼 추가적인 재료의 사용에 오히려 전체적으로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커튼월이 석재 등의 재료와 대비해 저렴하면서도 효과나 효율적인 측면에서는 우수하다고 판단, 결국 상층부와 저층부의 재료만 구분하여 계획하게 되었다. 향의 경우, 현 건물은 수영강을 바라보는 면은 남서, 그 반대면은 북동정도가 된다. 실질적으로 전산작업 등이 많이 이루어지는 업무환경에서는 장산을 면하는 북동쪽이 효율적일 수 있는데, 입주자들은 뷰(view)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듯하다.
▲ 정면도
손숙희 : 씨(sea)사이드와 힐(hill)사이드 분양에 차이가 있었나?
김명건 : 분양을 받는 사람들은 씨(sea)사이드를 선호하는 편이었지만 실질적으로 (분양은) 거의 동시에 다 이루어졌다. 분양가는 수영강 쪽이 평당 10~20만 원 정도 더 높았다.
시설의 용도 및 대지의 특성상, 향이나 배치 등에 다양한 대안이 도출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배치의 경우 설계단계에서 몇 가지 대안을 고민했었다. 구로공단에 주로 적용된 중정형 방식, 또 매스를 두 개로 분절시켜 저층 상가부가 모두 길에 면하도록 하는 것 등이었는데, 사업성과 리스크 등을 검토한 결과 현재의 계획안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어 이를 확정케 되었다.
손숙희 : 센텀에도 중정형의 시설이 있는 것으로 안다. 중정형의 경우, 외기에 많이 면하고, 실의 배치도 많아지고, 전용률 또한 높아질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외부도로가 아닌 중정을 면하는 상가의 경우 기대에 비해 활성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측면에서 매스를 분절하거나 일부를 비워내고 오픈된 방식이 오히려 효율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김명건 : 실제로 주변의 사례들이 계획단계에 큰 도움이 되었다. 또 다른 재미있는 요소는 3층에 계획한 별도의 회의 공간이다. 지식산업센터이다 보니 입주사들의 경우 PT나 회의를 위한 시설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은데 반해, 30평형이라는 공간적 제한에 따라 회의실 등을 계획할 경우 공간의 로스 등이 많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회의 및 업무 미팅 등이 가능한 별도의 공간을 마련, 분양면적에 포함시켜 전체 입주사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이 부분이 다른 아파트형 공장들과는 차별화되는 아이디어로 분양 당시 호응도가 높았다고 한다. 빔 프로젝트와 음향시설 등이 모두 계획되어있다.
▲ 지상 3층 평면도
강기표 : 센텀이라는 지역이 만들어지고 현재의 수준으로 활성화되기까지 약 10여년의 시간이 지났다. 도시적 맥락에서 보면 센텀 일대는 대로와 지하철에 면한 신세계백화점에서 그 흐름이 끊겨 버리는데, 그렇다보니 교통 불편 등 시민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작업과정에서 느낀 센텀의 도시적 성격과 장․단점 혹은 발전방향 등이 있다면?
김명건 : 어느 도시를 막론하고 도시에서 제일 즐거운 요소는 두 가지 정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가로가 던져주는 걷는 즐거움, 보여주는 즐거움 즉 가로공간의 즐거움이고 다른 하나는 드러나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 것, 골목 등 깊숙한 곳에 숨겨진 이벤트 등이 풍성한 도시라면 그 도시는 굉장히 재미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센텀의 경우, 상층부의 업무시설 등은 현 상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하더라도, 20%에 해당하는 저층부의 상가 및 근린생활시설이 도시 계획적 측면에서 사전에 입안이 되어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현재 일대에 위치한 SK텔레콤, 세정, 디오사옥 등은 건물자체의 디자인적 완결성은 높은 반면 가로적 측면에서 볼 때는 상당히 폐쇄적인 구조이다. 시 차원에서 저층부에 대한 규제를 두어, 연도형 개방공간으로 제공토록 했다면 가로의 연속성이 확보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인근에 위치한 해운대 신시가지의 경우, 98만평에 이르는 거대 토지를 분할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제척지가 오히려 시가지의 허파가 되어 재미를 주고 있는 반면, 이 일대에서는 그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없다. 이인디자인 사옥, 엘 올리브 등이 위치한 수영강 건너의 주택가에서 그러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며, 그 지역을 개발한다면 현재 수영강과 재송로 사이의 큰 섬이 된 센텀 일대도 더욱 풍요로운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일 : 부산지역의 아파트형 공장의 분포 및 향후 개발 현황 등은 어떠한가?
김명건 : 현재 각기 다른 형태의 아파트형 공장 시설이 25개 정도 있다. 센텀 지역에는 계획이 완료되었고, 이제 서부산 개발권과 진해 신항만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될 듯 보인다. 시에서 다양한 기업의 유치를 위해 취등록세 면제 등의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유도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당분간은 계속 생겨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봉근 건축사 : 도심에 위치한 공장형 시설인 만큼, 들어오는 공장의 용도가 제한적일 것 같은데, 주요 입주사는?
김명건 : 산업분류표에 의해 소음, 진동, 오폐수 등이 발생되는 산업은 제외되며, 주로 용역, 엔지니어링, 반도체 업체 위주다. 혹은 제조공장은 별도로 있고 본사가 입주를 하거나, 소음발생도가 낮은 의료기기 제조공장 등이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건축사사무소는 입주 대상(취등록세 감면 대상)이 되지 못했는데, 현재는 가능토록 되어있고, 큐비e센텀에도 4개소가 입주 예정인 것으로 안다.
이상일 : 오늘 탐방은 최근 지식산업센터로 불리는 아파트형 공장시설이라는 특이용도의 건축물을 둘러봄으로써, 많은 분들께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탐방에 참석해 주신 30여명의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